싱가포르에서는 맨발이 더 청결하다고 생각한다.
에어컨 청소를 받는 날이었다. 집 안에는 전문 장비를 갖춘 기술자가 들어왔고, 그는 맨발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벽걸이 에어컨을 분해하기 시작했다. 거실 끝에서도 또 다른 기술자가 케이블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도 맨발이었다.


싱가포르에 살다 보면 자주 마주치는 장면이다. 집 안 청소를 하러 온 사람도, 가전제품을 설치하러 온 사람도, 보통 맨발로 실내에 들어온다. 어떤 이는 발을 물티슈로 한 번 닦고 들어오기도 하고, 어떤 이는 조심스럽게 신발을 벗은 채 현관에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해둔다. 이곳에서는 맨발이 손님에 대한 예의이자, 위생적인 기본 매너로 여겨진다.
이런 문화는 단순히 ‘동남아는 덥고 습하니까’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싱가포르 사람들 사이에서는 ‘신발을 신고 실내를 걷는 것’ 자체가 더럽다고 인식된다. 외부에서 신은 신발에는 흙, 먼지, 심지어 길거리 오염물까지 묻어있을 수 있으니, 그것을 실내로 끌고 들어오는 것 자체가 비위생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청소하러 온 기술자들도 신발은 문 앞에 벗어두고, 심지어 양말도 벗은 채 맨발로 작업을 한다. 바닥에 무릎을 꿇기도 하고, 사다리 위에서 조심스레 발을 디디며 집 안 구석구석을 누비며 일한다.
이런 장면이 익숙해졌지만, 한국인으로서 여전히 적응이 쉽지 않을 때가 있다. 한국에서는 오히려 맨발이 더 지저분한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발냄새에 대한 민감함, 위생에 대한 고정관념, 그리고 신발을 벗었을 때의 노출감이 아직은 낯설다. 특히 에어컨 청소처럼 먼지가 날릴 수 있는 작업을 맨발로 한다는 건, 어쩐지 오히려 더 지저분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싱가포르의 이런 문화는 하나의 청정한 공간으로 지키려는 생활 철학의 일부인 것 같다. 외부와 내부의 경계를 명확히 나누고, 그 선을 넘을 때는 예의를 갖추는 태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발이 왠지 더 더럽다는 내 안의 오래된 인식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저렇게 맨발로 작업을 하고 가면 발 자국이 대리석 바닥에 남아 전부 다시 걸레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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