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싱가포르 - 남의 집을 맨발로 들어가는 나라

tomatocreamsoup 2026. 11. 7. 17:25

싱가포르에서는 맨발이 더 청결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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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청소를 받는 날이었다. 집 안에는 전문 장비를 갖춘 기술자가 들어왔고, 그는 맨발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벽걸이 에어컨을 분해하기 시작했다. 거실 끝에서도 또 다른 기술자가 케이블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도 맨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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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 살다 보면 자주 마주치는 장면이다. 집 안 청소를 하러 온 사람도, 가전제품을 설치하러 온 사람도, 보통 맨발로 실내에 들어온다. 어떤 이는 발을 물티슈로 한 번 닦고 들어오기도 하고, 어떤 이는 조심스럽게 신발을 벗은 채 현관에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해둔다. 이곳에서는 맨발이 손님에 대한 예의이자, 위생적인 기본 매너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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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화는 단순히 ‘동남아는 덥고 습하니까’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싱가포르 사람들 사이에서는 ‘신발을 신고 실내를 걷는 것’ 자체가 더럽다고 인식된다. 외부에서 신은 신발에는 흙, 먼지, 심지어 길거리 오염물까지 묻어있을 수 있으니, 그것을 실내로 끌고 들어오는 것 자체가 비위생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청소하러 온 기술자들도 신발은 문 앞에 벗어두고, 심지어 양말도 벗은 채 맨발로 작업을 한다. 바닥에 무릎을 꿇기도 하고, 사다리 위에서 조심스레 발을 디디며 집 안 구석구석을 누비며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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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면이 익숙해졌지만, 한국인으로서 여전히 적응이 쉽지 않을 때가 있다. 한국에서는 오히려 맨발이 더 지저분한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발냄새에 대한 민감함, 위생에 대한 고정관념, 그리고 신발을 벗었을 때의 노출감이 아직은 낯설다. 특히 에어컨 청소처럼 먼지가 날릴 수 있는 작업을 맨발로 한다는 건, 어쩐지 오히려 더 지저분해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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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싱가포르의 이런 문화는 하나의 청정한 공간으로 지키려는 생활 철학의 일부인 것 같다. 외부와 내부의 경계를 명확히 나누고, 그 선을 넘을 때는 예의를 갖추는 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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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맨발이 왠지 더 더럽다는 내 안의 오래된 인식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저렇게 맨발로 작업을 하고 가면 발 자국이 대리석 바닥에 남아 전부 다시 걸레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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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작성일: 2025. 9. 21. 19:23 · 카테고리: 싱가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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